얼마전 갑자기 짬이나 화실에 놀러갔더랬습니다.
십수년만에 100호 캔버스 밑칠을 두 점 도와드리며 새삼 생각했죠.
소위 '재료의 저항'이란 것이 조소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뻑뻑한 유화물감을 개어 바르는 것만도 힘이 드는데 이런 기본밑칠 작업이며,
한번 그리고 내려서 말리고 다시 그리고, 멀리 놓고 보고 하는 동안
한 작품만도 몇번이나 옮겨가며 작업을 해야하고,
무거운 액자 못질에 이동에 늘 어깨 아프고, 허리 아프고, 기름냄새에 머리도 아프고-
흔히들 예술가를 말할때 창작의 고통이란 정신적 측면을 많이 언급하지만
실상의 작가는 그야말로 대표적인 육체노동가란 사실을요.
그러니 대작 하나 그리고 나면 손목이 시큰거리는 것쯤은 기본이겠지요.
새삼 이 얘길 건네며, 새로 그린 작품들이 저 보기에 특히 흡족한 녀석들이 많아
농담조로 슬럼프 아니였냐고 말을 꺼냈다가 한마디로 잘라내졌습니다.
뭐 그릴까 내지 그림이 생각대로 안돼 고민한 적 보단 팔이 아파 못그린 적이 많다구요-
일반인으로선 위화감도 느낄만한 발언인데, 생각도 하고,
예술가도 직업인데, 창의성이니 재능이니 천재니 그런그런 신화들로
아직도 참 많이 왜곡/편중된 이미지들이 지배적이지, 생각도 했습니다.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집에서 식사전 10분쯤 이제 100일된
6Kg 정도의 아기를 잠시 안았다가 수저를 드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던 때처럼
저의 운동부족도 조금은 포함됐겠지만, 100호 캔버스 밑칠 두번에 뒤바뀐 컨디션을 느끼며
다시금 일상에서라도 많이 도와드려야 겠다, 다짐과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좋은 작업 오래오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화실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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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
[2007/3/4 (12:19)] |
20여년전이던가?
예고없이 찾아와 소파에 앉은 손님 가까이 붙어앉아
무안스러울 정도로 요모조모 관찰하며 "엄마 ~! 누구야??"
라고 쫑알대던 그리고 눈망울이 유난히 크고 빛이 나던 소녀
혜원이가 버얼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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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
[2007/3/4 (12:23)] |
멋스민 숙녀가 되어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니 정말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라. 작품활동이 막연히 힘든 줄만 알았지 가까이서 도와드리며 체험한 curator 님의 글을 읽으니 피부에 와 닿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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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
[2007/3/4 (12:27)] |
화실을 나서며 하신 다짐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여 따듯한 동감의 듯 전합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나 먼훗날
작가의 혼과 함께 혜원님의 사랑도 화폭속에 담겨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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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
[2007/3/4 (12:31)] |
윗 글 중 정정 ---"동감의 듯"이 아니라 "동감의 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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