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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남일보-문화산책3. 설날 유감 (Jan 22,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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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CURATOR  http://wgaller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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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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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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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4.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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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설은 참 설레는 날이었다. 때때옷 입고 어른들에게 세배드리고
맛있는 음식 먹고, 세뱃돈 받는 날이었다. 그래서 달력을 보며 적어도
한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 있는 친구 P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이번 설에 입을 애들 한복을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것이다.
오래 전 이민가서 그곳 문화에 젖어 한국을 잊고 사는 것이 섭섭하여,
명절만이라도 온 가족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떡국을 끓여먹고 윷놀이도
하며 나름대로 격식에 맞는 설을 보낸다고 한다.
전화통화 후 퇴색되어가는 우리의 전통 설 문화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봤다.
바쁜 도시생활에 쫓겨 특별한 날이 아니면 보기 힘든 가까운 친척들을
만나는 날이다. 조상께 차례를 드리고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의 근황을 알리고
궂은 일은 위로하며 끈끈한 가족애를 확인하는 날이다. 그런데 유독 가정의
주부들만 이 날을 꺼리는 이유가 뭘까.
어제 종가의 맏며느리로 시집간 선배를 만났다. 점심과 차를 마시는 동안
줄곧 다가올 설에 대한 스트레스를 하소연해 덩달아 나까지 머리가 아팠다.
매사에 꼼꼼하고 완벽주의자인 선배의 설은 스트레스이기 전에
공포에 가까웠다. 시조부모(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시부모, 칠남매의
부부 및 자식들, 그 절반은 멀리서 하루 전에 와서 이삼일 정도 묵는다.
모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지만 선배만 유독 지칠 대로 지친다고 했다.
동서들이 조금씩 도와주긴 해도 결국 자신의 몫이었다. 며칠 전부터
장보고 다듬고 이부자리 점검하고…. 몇 달 간격으로 치러지는 설, 추석,
제사에 지쳤다고 했다. 이번엔 며느리를 얻은 첫 해라 본보기로,
대충 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붙었다나.
뭔가 해결책이 없을까. 차례상까지는 주부들이 맡고 뒤처리만이라도
남자들의 몫으로 분담하면 어떨까. 잠자리에 들기 전 아내 눈치 살피며
어깨, 허리 주무르는 힘으로 미리 과일 깎고 차 준비하고 설거지하면
설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주부들의 우울증도 조금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2003-01-22
http://www.yeongnam.co.kr/yeongnam/html/yeongnamdaily/culture/article.shtml?id=20030122.00000008.000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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